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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죽을 수 있는 무서운 병

어느날 갑자기 걷는데 왼쪽다리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온다
조금씩 붓는 것 같았지만 자고나면 괜찮겠지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진짜 코끼리 다리가 되었다
출근 준비를 하는데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것 조차도 힘들었다

콜 택시를 불러 출근했다
회사 근무시간이 흐를 수록 다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퇴를 하고 직장과 가까운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갔다 .
많은 환자들로 북새통이었다

응급실에 입원한 직후 모습이다.
오른 쪽은 바지가 여유가 있지만 붓기 시작한 왼쪽 다리는 바지가 터질 기세다 ~

오후 늦게 응급실 한 구석 베드를 차지 하고 나서야 시작된 각종검사

기본적인 혈액 소변 방사선 검사와
혈관 초음파와 CT 촬영을 한다

혈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단다
정맥이 혈전으로 즉 핏덩어리로 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해 붓는 것이란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혈전이 떨어져 올라가 폐동맥을 막으면 숨도 못쉬고 죽는 급사란다
아직까지 죽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다~ㅋ

인터넷 지식인으로 폭풍 검색하니 심부정맥혈전증이란다
골든타임이 72시간이란다
한 쪽 다리만 붓는 느낌이 든다면
얼른 병원으로 달려 가란다
더욱이 운동은 증상을 악화시키니
금물이란다.
근데 혈관은 왜 막혀 ~

난 그것도 모르고 다리가 아프니
근육통인가 싶어 풀어 볼까 하고
열나게 스쿼트 운동을 했으니~ ㅠ

부은 것도 그렇지만 다리 색깔도
불그스레하다

밤늦은 시간이 돼서야 병실로 올라 갈 수 있었다.
아스피린보다 몇 십배 강한 혈전제 항응고제 주사를 하룻밤에 4번을 맞았다
그것도 팔도 아닌 배에다 놓는데 얼마나 아프던지 ~ㅠㅠ

나 이대로 죽는 건가 ~
그렇게 불안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혈관외과 주치의를 만났다

역시나 병명은 인터넷 서핑으로 알았던 이코노믹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즉  좁은 좌석의 비행기를 타고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혈전이 쌓여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단
[심부정맥혈전증]이란다

오전에 폐 색전증으로 진행이 됐나 폐혈관 CT를 했다 .
결과는 혈전 일부가 심장을 지나
폐동맥 말단 부분에 쌓여 있단다
그동안 숨이 찼을 거란다
정말 그랬다
별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닌데도 숨이 헐떡거려 이거 머지 하고 혼잣말을 지껄이던 기억이 있었다

오후엔 수술이 아닌 시술을 한덴다
어딜 찢고 꼬메고 그런 거창한 수술은 아닌것 같으니 다행이다.

우선 하지정맥 혈전이 폐동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양쪽 다리의 하지 정맥이 만나는 하대 정맥에 필터를 삽입한후 카테타를 이용해 정맥 혈전을 제거한다고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만에 하나 급사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최소한 오전중에 모든 검사 결과를 보호자와 함께 설명을 듣고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한단다

보호자없이 진행하면 안되겠냐고 하니 입원 서약서와 시술동의서에 싸인도 해야 한다며
심각한 상황인데 별 거 아닌걸로
생각하냐구 교수님의 목소리 톤이 강해진다

오후에 침대에 누운채로 주렁주렁 항생제와 진통제 그리고 수액달고 영상의학과 혈관조영실로 갔다
파란 수술복을 입은 4~5명의 진료 스텝들이 나를 둘러 싸고 일사분란
하게 움직인다

시술할 집도의가 들어와 혈관에 필터를 끼운다며 오른쪽 서혜부 쪽을 부분마취하더니 배꼽 부분의 하대정맥에 필터를 삽입한다 .

필터 모양이 잠자리처럼 생겼다
이걸 배꼽부분 하대정맥에 튜브를 넣고 그 튜브안으로 필터를 밀어 펼치는 것이다

하대정맥에 필터를 끼우는 이유는
하지정맥 혈전을 긁어 내다가
혈전이 떨어져나가 심장과 폐를 막아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란다
암튼 필터를 삽입할때까지는 견딜만 했다

혈관에 필터를 삽입후  엎드리라 하더니 아픈 왼쪽 무릎 뒤를 부분 마취하고 찢더니 카테타를 집어 넣어 허벅지와 복부쪽까지 혈전을 제거한다고 카테타를 넣었다 뺐다 를 반복하는데......
얼마나 찌릿찌릿하고 아프던지 맨정신으로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
그렇게 아이고 죽겠다를 몇 번이나
외쳤나 1시간만에 시술은  끝났다.

간호사가 꺼즈에 널린 혈전을
(핏덩어리) 보여 주는데 ~
햐 저런 핏덩어리가 혈관을 막고 있었으니 어디 아프지 않고 붓지 않을 수가 있나 싶었다

글케 건강의 소중함을 절절하게 느꼈던 일주일의 입원이었다.

드디어
내가 죽지 않고 살아 퇴원하는 날
주치의는 압박스타킹이 심부정맥 혈전증을 완화시키는 중요한방법
이라며 갑갑하더라도 스타킹을 꼭 착용하고 - 혈전제 (항응고제)를 잊지말고 복용하라 신신당부한다

퇴원후
피야 피야 이쁜 내 피야
쭈욱쭈욱 아래로 잘 흘러다오 ~
추석연휴동안
베개를 몇 개씩 겹쳐 놓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거상하며 지겹도록 딩굴딩굴하는데도 ~

도무지 붓기는 빠질 기미가 없고
통증 또한 나아질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이거 제대로 수술한 거 맞어
혈전을 제대로 긁어 낸 거 맞냐구
돌팔이 놈들 ......

병명에 따른 처방과 시술이 최선의
방법이었다면 결론은 시술을 제대로 못했다는 거다
다시말해 혈전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

그렇게 수술한 지 10여일이 지나
경과와 상태를 보기 위한 진료날.

진료실로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는
나를 본 주치의가 정색하며 말한다
......
(2편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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