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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둑 예 찬

 25년전 아내의 입장에서 쓴 글이며 잡지책에 실렸던 수필입니다

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달아난 지 오래고 아카시아 향 흐르는 계절이 지날 즈음이다.

어제는 세찬  비가 몰아쳐  회색도시를 하얗게 착색시키더니 오늘은 눈부시도록 푸른 날이다

한바탕 아이와 씨름을 하고 산재된 많은 집안 일로 늘그렇게 반복되는 획일적생활속에서 저녁무렵에는 남편을 기다리지만

느즈막히 들어오는 남편은 내 우울하고 짜증나는 심사는 아랑곳 않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리깔기에 급하다 .

어느날 권태로움과 시들어진 생활을 활기차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봤다 .

주말이면 친구집이나 기원으로 출근하는 남편 '더 이상의 오락은 없다' 고 평소 바둑에 대한

소신을 장황하게 늘어 놓던 남편이 아니던가 .

그래 !

바둑이야말로 유일하게 우리가 공감대를 가질 수 있고 나른한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 어린이 기초바둑 ' 이라는 제목의 책을 구입해 탐독했다 .

남편이 퇴근한 후에 "나  바둑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 줄래 ? "

" 어이구 왠일이야  배우라고 할때는 아무말 하지 않더니 - "

남편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흔쾌히 가르켜 주마 약속했고 화점에서부터 '한 칸 뛰기에 나쁜 수 없다'는 격언에 이르기까지

남편의 강의는 시작되었고, 두 달가량 지난 지금은 내영역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은 쑤욱 성장하였다.

낮이면 아래층 새댁집에 내려가 중국의 여류기사 예내위가 이렇고 이창호가 저렇고 남편에게 들은 풍월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예찬하고 있으니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둑이라는 오묘한 게임에 매료되어 있다 .

지금도 남편에게 무수한 잔소릴 들어야 하는 초보지만, 무엇보다도 주말이면 으레히 행해지던 남편의 기원으로의 출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만큼 우리부부의 공통된 관심사가 되어 버린 상황이니

내 어찌 바둑에 매혹되지 않으며 지상최고의 오락이라 예찬하지 않으리오 !                 

 

공 감 . 댓 글 . 구 독  !!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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